예술과 전통음악16 #4. 그래서, 예술 정책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 -정책에 관심 갖기 어려운 거의 모든 전통예술인들에게- 예술만 잘 하면 상관없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기엔, 전통예술생태계의 저변은 너무 빈약합니다. 예술을 배우고 익히느라 10년이 넘는 시간을 써버린 청춘의 끝자락에서, 과연 예술가로 먹고 살아갈 자신이 있으신가요? 어떻게 하면 나의 예술이 지속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이건명입니다. ‘전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빠져있다보면, 정작 ‘예술’이란 무엇인지 잠시 잊을 때가 있습니다. 전통이 먼저인지, 예술인 먼저인지, 아니면 그 모든 게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인지 모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곳에 오신 여러분들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는 ‘전통’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음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몇 년을 해왔던, 또 앞으로 몇 년을 더 해나가던 상관없이 오늘 이 자리에서는 ‘지금.. 2022. 2. 8. #3. 예술정책의 온도-2 : 예술가임을 증명하라 -‘예술활동증명’에 대하여- 불안정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남는 시간에 예술활동을 해야만 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지닌 다른 이들과 전혀 다른 예술적 성과를 거둘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지속가능한 예술활동이 보장되는 것’은 모든 예술가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성을 만들 수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장르를 막론하고 한 명의 예술인이 꾸준히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활동 시간이 필요하다. 아르바이를 하고 ‘남는 시간’에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몰입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주도적인 시간’이야말로 예술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이다. ‘시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2022. 2. 1. #2. 예술정책의 온도-1 : 누구를 위한 지원인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두 해 전쯤, 한 지원사업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시청을 찾았다. 그날은 접수 마감일, 마감시간을 1시간여 앞둔 오후 5시이였다. 책상이 빼곡히 들어앉은 문화예술과 사무실에는 접수창구부터 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까지 지원사업을 접수하기 위해 모인 예술인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악기를 메고 접수 서류를 든 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음악가와 헤드셋을 쓰고 준비해온 지원서류를 반복해서 읽고 있는 청년 예술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봐도 홍대에서 한 인기 끌었을 법 한 차림과 아우라를 지닌 밴드 멤버들도 함께 모여 서서 무심한 듯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눴다. 내 손에 들려진 번호표가 300번대를 훌쩍 넘어선 것을 보면, 적잖은 예술인들이 마감날인 오늘 많이 몰릴 것 같았다. 6시가.. 2022. 1. 25. #1. 지우지 못한 부채의식 : 이야기의 시작 1. 지우지 못한 부채의식나에겐 지우지 못한 ‘부채의식’이 가슴 깊이 새겨져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모교인 국립예술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나에게는, 배 안에 있던 300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르치던 300여 명의 전교생과 다름없게 느껴졌다. 학교는 견고한 한 척의 배였고, 학생들은 미래를 담보로 입시 지옥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한 채 부유하는 모습과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한 달을 보냈던 기억이다. 그리고 또 하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공연이 모두 취소된 예술인들의 말 못 할 울음들은, 당시 직장 생활을 하며 비껴간 안전한 현실 가운데 끝없는 부채의식을 안겨주었다. 그때가 시작이었다. ‘국가는, 정부는.. 2022. 1. 20.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