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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뿌리 깊은 나무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해금산조의 현대적 계승에 대한 단상- 현대의 전통음악 계승에 있어서 슬픈 점이 있다면, 예술 콘텐츠(창작자의 악곡 또는 공연 등)와 창작자가 소비재 상품으로 소모되는 현실에 대한 전통음악계 내의 문제의식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하게도) 생존과 성취 혹은 경쟁을 위한 상품으로서 콘텐츠와 창작자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정부지원사업이 예술활동을 위한 재원마련의 절대적 대안인 현실 가운데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고민보다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작품 및 공연의 기획이 중요해진 이유이기도 하겠다. 한편으로는 지원 받은 예산을 당해년도에 모두 지출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도 분명 작용할 것이다.전통의 계승은 전통적 콘텐츠(작품)의 원형을 지켜나가는 것과, 이를 기반으로 현재성과 미래적 상상력을 발현함.. 2025. 2. 23.
#14. 예술가의 공간 1. 예술가와 창작  예술가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창작물로 표현하는 존재이다. 때로는 밥을 굶더라도 창작열을 불태워야만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예술가에게 창작작업은 ‘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창작을 하지 않는 예술가를 예술가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미루더라도, 적어도 예술가에게 지속적인 창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그들을 빛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조건임에는 분명하다.   창작의 형태는 다양하다. 쉽게 구분하자면, ‘유형’과 ‘무형’으로 나눌 수 있다. 유형을 창작하는 대표적인 분야는 미술이다. 그림을 비롯해 조각, 서예, 의상디자인, 시각디자인 등, 점,선,면을 활용한 창작물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기 때문에 ‘예술가와 창작’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개념을 이.. 2025. 2. 21.
#13. 마른 나무에 새순이 자라나는 시간(<2024 수림뉴웨이브 ‘독파(獨波)’> 리뷰) 리뷰*이 글은 수림문화재단의 아카이브에 실린 요약본의 원문입니다. 올해 수림문화재단의 ‘수림뉴웨이브’는 현대를 살아가는 스무 명의 전통음악인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을 선정한 이유가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전통음악가로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온 예술가’인지에 대한 것이다. 자신만의 음악이라는 것은 특정 장르일 수도 있고 음악 스타일일 수도 있다. 또는 일관된 예술활동의 방향이거나, 삶으로 보여진 음악적 걸음일 수 있다. 세 명의 추천위원은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들을 토대로 가능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음악가를 선정하려고 애썼다. 인지도와 경력이 최우선이 아닌 수림문화재단이 제시한 화두인 ‘독파(獨波)’에 집중하며, 재단의 지원을 받는 것이 해당 예술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2025. 1. 3.
#12. 현존하는 산조, 현대적 계승의 길목에서 <국립국악원 기획공연 일이관지(一以寬之) : 원장현X김성아> 공연 리뷰 산조라는 왕관의 무게 전통음악 전공자들은 산조를 ‘인생이 걸린 곡’으로 처음 접한다. 우연히 산조 라는 음악을 만나 좋아서 배우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치열한 경쟁 과 당락의 초조함 가운데 연습실에 틀 어박혀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수년 또는 십수 년을 보낸다. 실제로도 거의 모든 대회와 오디션에서 산조는 본선을 결정짓는 중요한 곡으로 꼽힌다. 그래 서 전공자에게 산조는 ‘감히’ 즐기기 어 려운 곡이 되었다. 그렇다면 산조를 즐 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 까? 적어도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스스 로의 만족감 때문은 아닐 것이다. 산조 는 평생에 걸쳐도 정복하지 못하는 ‘거 대한 산’과 같다. 어떤 명인도 스스로 산 조를 ‘완성’했다고 하지 않는다. ‘완성하 는 과정’에 있다고 할.. 2024. 1. 9.
#11. 2023 문화국가 조성을 위한 가칭, 「예술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 토론회- 음악분야 - 발표문(2023.12.11.월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 1. 서문   예술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예술분야의 지속가능성을 높여가기 위한 논의를 함에 있어서 음악분야와 관련하여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면, 전통음악과 클래식 그리고 재즈 또는 실용음악 등으로 분류되는 음악의 장르적 특성과 한계에 있을 것이다. 음악은 연극과 무용 등과 함께 공연예술 장르로서, 문학과 미술 분야와 달리 작품의 결과물이 실물로 남지 않는다. 현장에 있는 시간 동안만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릴 뿐, 물성이 없기 때문에 예술가의 실연이 끝나면 그 작품은 공간과 시간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는 문학 작품의 도서 판매와 미술 작품의 경매와 같이 시장 안에서 예술작품이 예술의 지속가능성으로 대변되는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물론 이것이 결코, 음악분야가 더.. 2024. 1. 5.
#10. 청년예술인 그리고 지역거버넌스 관점에서의 예술정책 발전 방안 : 계층과 지역의 격차 해소 및 당사자성의 다양화에 대하여 1. 우리나라‘청년예술인’의 현주소 ‘대학입시’가 최종목적인 우리나라의 전문예술인육성 과정 속의 무수한 예술인들은, 졸업과 함께 야생의 생태계에 몸을 던질 시기를 목전(目前)에 뒀을 때야 비로소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다. 정신없이 활동을 이어온 이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옆사람과 경쟁하며 단편적인 비교만 해오던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예술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해 슬럼프에 빠지거나, 방황의 시기를 보내게 된다. 설령 자신만의 예술적 방향을 잡았다 할지라도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부지원사업에 목을 매어 울며 겨자먹기로 타협하는 자신을 보며 예술가로서의 자긍심이 아닌, 자격지심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사회현상의 핵심에는‘제도와 정책’이라는.. 2022.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