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주)놀유니버스 최휘영 대표가 지목된 것으로 예술계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출범한 이후 임명된 이어령, 이창동, 김명곤, 유인촌 등 예술분야에서 활약한 이들이 장관을 지냈지만, 도종환 장관 이후 부임한 박양우, 황희, 박보균은 각각 행정학(예술경영), 도시공학(국회의원), 정치외교학(신문사) 출신이다. 따라서 이번에 지명된 최휘영 대표가 비예술인 출신인 것이 파격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만 민간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기존과 다른 기조임에는 분명하다.
예술계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문체부 장관 지명에 대해 공분하고 있다. 누군가는 최악의 선택이자 실패라고 말하고, 어떤이는 문화체육관광부 및 공보 기능까지 하나로 묶어둔 조직체계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산업으로써의 문화, 체육 그리고 관광분야의 성과와 실적에 치우친 나머지 긴 호흡으로 일궈야 할 문화예술분야는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화정책은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K-컬쳐'만을 대변하지 않는다. 문화정책에 대해 산업의 관점만으로 임한다면 결국 예술의 예술성(창의성)을 근간으로 한 진정한 의미의 공공성이 아닌 수혜자 중심, 행정 중심의 결과만 남을 뿐이다. 화려한 성과로 치장된 껍데기를 들어 업적으로 스스로 평가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예술의 공급자인 창작자들은 여전히 각자도생의 길로 평생 갈고 닦은 아까운 재능을 버려둔 채 생존을 위한 차선책을 선택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얼마나 큰 국가적 낭비인지, 예술지원을 수월성 위주의 관점으로, 예술인 지원을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복지적 차원으로만 바라보는 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K-문화강국'의 주요 키워드인 'LBE(Local Based Entertainment)'에 걸맞는 인물로 높게 평가하며 반기기도 한다. 'K-컬쳐 300조 시대'를 목표로 삼아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혹은 '코스피 5000'이라는 어젠다를 둔 의사결정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뚜껑은 열어보아야 하는 입장도 있다. 결국 철저하게 산업의 관점으로 바라본 인사라는 생각이다. 근래 타운홀미팅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강력하게 외친 이재명 대통령의 방향과 사뭇 달라보인다. 예술의 현장은 산업인가?
그러나 이러한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된다. 문화예술정책이 예술인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산업' 중심의 정책 기조로 나아가게 되는 상황 가운데 예술인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물론 몇몇 사람들이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매번 선거 때만 활용될 뿐 결국 예술정책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을 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기에 이나마 나아진 현실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문체부 장관 지명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짐작컨대, 현 문체부 장관의 영향도 없지 않았을거라 본다. 만약 장관으로서 공적인 자리에서 예술인에게 상처를 받았다며, 예술인 출신 행정가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그의 영향이 아니라면, 그 자신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예술인 출신 행정가이기에, 현 정부에서 비예술인 출신의 문체부 장관을 지목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이 모든 우려가 기우였으면 좋겠다. 어떤 면에서는 예술정책은, 문화정책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용기'가 필요한 영역인 것 같다. 예술의 뿌리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때로는 당연한 선택을 하지 않을 용기를 지닌 사람이야말로 문체부 장관의 자격이 있다고 본다. '산업의 현장'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예술의 현장'을 볼 수 있는 태도와 안목은 지닌 사람이 세워지면 좋겠다.
'예술과 전통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 뿌리 깊은 나무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해금산조의 현대적 계승에 대한 단상- (0) | 2025.02.23 |
---|---|
#14. 예술가의 공간 (1) | 2025.02.21 |
#13. 마른 나무에 새순이 자라나는 시간(<2024 수림뉴웨이브 ‘독파(獨波)’> 리뷰) (7) | 2025.01.03 |
#12. 현존하는 산조, 현대적 계승의 길목에서 <국립국악원 기획공연 일이관지(一以寬之) : 원장현X김성아> 공연 리뷰 (5) | 2024.01.09 |
#11. 2023 문화국가 조성을 위한 가칭, 「예술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 토론회- 음악분야 - 발표문(2023.12.11.월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 (3) | 2024.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