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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예술가의 삶, 네 번의 질문 #1. 예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예술을 향유하는 일반 대중이라면, 으레 브라운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스타를 떠올릴 것이다. 혹은 세계적인 콩쿨에서 우승을 한, 유례 없는 업적을 남긴 클래식 연주자가 떠오를 수도 있다. 예술을 소비하는데 익숙한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이 한국에 ‘상륙’한다고 하면, 기십만원을 지불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이렇게 시장의 값어치가 있는 예술을 소비하는 것에는 전혀 거리낌이 없지만, 미래의 예술적 가능성에 지갑을 여는 것은 왠지 모르게 아까운(?) 마음이 든다. 또 이것은 소비가치가 높은 아티스트를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수백, 수천 대 일의 경쟁을 .. 2022. 5. 8.
#8. 세월호 참사 그리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부쳐 #1. 여기 사람이 있다 4월 16일이 가까워오면 마음 한켠이 묵직해진다. 올해로 8주년을 맞이할 만큼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혀 그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은 걸 보면, 그동안 피해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더 괴로웠을지 가늠 조차 하기 어렵다. ‘세월호’라는 단어는 제주도민들의 ‘4.3’만큼이나 입밖으로 뱉어내기가 망설여지는 어려운 말이 되었다. 난 그들과 아무 연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 중에라도 ‘세월호’라는 단어가 떠오르면 이어서 ‘바다, 300명, 학생, 생명, 무책임, 죄책감, 망각, 회피..’ 라는 단어들이 솟아오른다. 주체 할 수 없는 미안함이 왜 사라지지 않는지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그 미안함이 인간으로써 당연히 가져야 할 감정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아무런 죄가 없는, 조금의 .. 2022. 4. 17.
#7. 코로나와 새로운 대통령 그리고 예술정책 -팬데믹 시대의 대선, 나를 어떻게 바꿔놓았나- #1. 예술정책이 피부에 와닿기까지 48.56% vs 47.83%. 고작 0.73%, 30만표가 채 되지 않는 근소한 차이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 때문일까, 선거가 끝난지 2주가 지났지만 주변에서 느껴지는 갈등과 긴장의 분위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특히 요즘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중심으로 여론이 다시 양분되는 추세이다. 이에 새 정부 출범까지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국정 과제를 세워가야 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예술가로써 바라보는 현실이라면, 선거철에서 조차 찬밥신세였던 예술정책에 대해, 새 정부가 얼마나 관심을 가져줄지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 2022. 3. 31.
#6. 예술가의 시간 1. 시간의 가치2011년에 개봉한 앤드류 니콜 감독의 영화「인타임」은 돈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비용이 시간으로 대체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 세상에서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신체적인 노화가 멈춘다. 대신 왼쪽 손목에 새겨진 생체 타이머를 통해 1년의 유예기간이 생긴다. 이 시간으로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 집세를 내며, 교통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커피 1잔은 4분, 권총 1정은 3년, 그리고 스포츠카 한 대는 자그마치 59년을 지불해야 살 수 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0’이 되고 나면, 그 즉시 사망한다. 결국 사람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일을 하거나 대출을 받거나 혹은, 타인의 시간을 훔쳐야만 한다. 영화 속 부자들은 소유한 시간만큼 몇 대에 걸쳐 영생을 누리며 늙지 않고 .. 2022. 3. 10.
#5. 지역을 중심으로 예술활동을 한다는 것은(청년예술인 아빠의 강동구 예술활동 분투기) #1. 마지막 청년기에서 : 청년과 전통예술, 육아와 지역 ‘청년, 예술가.’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면 으레 ‘청년’과 ‘예술가’ 사이에서 숨을 쉬게 된다. 청년이면 청년이고 예술가면 예술가이지.. ‘청년예술가’는 또 뭔가,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기 때문이다. 존재를 규정해야만 정책을 시행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인 구조 안에서 경계선상에 있는 수많은 존재들은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청년의 나이는 19세부터 34세까지이지만, 서울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는 39세까지로 보다 넓은 범위를 청년으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이제 내년이면 청년예술지원사업에는 도전하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한해를 보내왔다. 또 소위 ‘전통예술가’로 살아오며 ‘청년’과 ‘전통’이라는 어.. 2022. 2. 25.
#4. 그래서, 예술 정책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 -정책에 관심 갖기 어려운 거의 모든 전통예술인들에게- 예술만 잘 하면 상관없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기엔, 전통예술생태계의 저변은 너무 빈약합니다. 예술을 배우고 익히느라 10년이 넘는 시간을 써버린 청춘의 끝자락에서, 과연 예술가로 먹고 살아갈 자신이 있으신가요? 어떻게 하면 나의 예술이 지속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이건명입니다. ‘전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빠져있다보면, 정작 ‘예술’이란 무엇인지 잠시 잊을 때가 있습니다. 전통이 먼저인지, 예술인 먼저인지, 아니면 그 모든 게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인지 모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곳에 오신 여러분들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는 ‘전통’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음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몇 년을 해왔던, 또 앞으로 몇 년을 더 해나가던 상관없이 오늘 이 자리에서는 ‘지금.. 2022.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