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023 문화국가 조성을 위한 가칭, 「예술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 토론회- 음악분야 - 발표문(2023.12.11.월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
1. 서문
예술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예술분야의 지속가능성을 높여가기 위한 논의를 함에 있어서 음악분야와 관련하여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면, 전통음악과 클래식 그리고 재즈 또는 실용음악 등으로 분류되는 음악의 장르적 특성과 한계에 있을 것이다. 음악은 연극과 무용 등과 함께 공연예술 장르로서, 문학과 미술 분야와 달리 작품의 결과물이 실물로 남지 않는다. 현장에 있는 시간 동안만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릴 뿐, 물성이 없기 때문에 예술가의 실연이 끝나면 그 작품은 공간과 시간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는 문학 작품의 도서 판매와 미술 작품의 경매와 같이 시장 안에서 예술작품이 예술의 지속가능성으로 대변되는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물론 이것이 결코, 음악분야가 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따라서 음악분야의 예술전문인력 양성을 고민함에 있어서 단순히 인력양성의 범위 확대와 겉으로 보이는 지원의 개선 방향만을 논의하는 것은 본질적인 한계 극복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본 토론문은 음악 중 발표자의 전공분야인 음악과 전통음악 분야를 중심으로 이어가도록 하겠다.
2. 음악분야의 인력양성 실태
음악분야는 인력양성에 있어 장르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은 대체로 조기교육을 통한 음악전문학교 입학에 이은 음악대학교 진학으로 인력양성이 이루어진다. 이 때 서양음악은 해외유학을 통한 과정 또한 선택지에 있지만, 전통음악은 성인 이후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소수의 예술인들이 유학을 선택한다. 실용음악은 민간 교육기관인 음악학원을 통해 시작하거나 인문계학교의 밴드부 등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근래에는 실용음악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중등교육 기관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후로도 실용음악과가 있는 대학교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
전통음악의 경우를 조금 더 살펴보자면, 국악의 대중화와 더불어 7차 교육과정 이후 국악교육이 확대되면서 초등교육에서부터 전통음악인력이 키워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중등교육과정에서는 개인레슨을 통한 민간예술 교육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권의 국립국악중고등학교(서울시 강남구)와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서울시 금천구)를 중심으로(참고로 두 학교는 교육부 소속이 아닌 문체부 소속 기관이다) 각 지역의 전통음악 전문학교에서 음악인력이 양성되고 있으며, 이후 국악과가 있는 음악대학에 진학하며 본격적인 전문음악가의 과정에 들어선다. 2022년에 국립국악원에서 발간한 『2021 국악산업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음악 교육기관의 한해 배출되는 인원은 다음과 같다.
[표-1] 전통음악 교육기관의 배출인력 규모(총 26,984명)
중학교 | 고등학교 | 대학교 | 대학원 | 일반교과학원 | 사회교육시설 | 기타 |
290명 | 1,259명 | 1,305명 | 561명 | 19,790명 | 3,656명 | 124명 |
(2021 국악산업 통계조사 결과보고서 58쪽 참고)
3. 음악분야의 활용실태
위 표에 따르면 교육기관을 통해 배출되는 음악분야의 배출인력은 총 26,984명인데, 이중 일반교과학원 및 사회교육시설에서 배출되는 인원 중에는 전문음악가가 아닌 취미나 경험을 목적으로 배우는 인원이 대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실제 전통음악의 전문인력으로 활동하는 예술인을 배출하는 교육기관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국악전문 고등학교와 국악과 소재의 대학교에서 배출되는 인력에 대한 실태이다. 아래 표에서 보듯 전통음악은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이어지는 인력이 동일하며, 이들이 결국 전통음악분야의 핵심인력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해외 인력과 유학의 가능성이 있는 서양음악이나, 일반인의 영역에서 배출되는 특출난 대중음악 인력에 대해 절대적인 인력양성 인프라가 좁고, 전문교육기관과 국내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계점을 뜻한다.
또한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 1,305명의 한 해 배출인력 중 취업생은 355명에 불과하며, 이중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나머지 1,000여명은 프리랜서로 살아간다. 20,000명이 넘는 일반학원과 사회교육시설 등에서 배출된 인력 또한 해당 분야의 취업과 무관한 것으로 표에서 나타난다. 장르적 특성상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이어지는 인력양성 시스템이 이후 사회의 실제 인적 자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은 향후 전통음악계승에 있어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 할 수 있다. 여기에는 20-30대 남성의 병역과 여성의 출산과 육아로 인한 예술가로서의 경력이 단절됨으로써예술인력 손실에 대한 지점도 분명 존재한다.
[표-2] 전통음악 교육기관의 취업생 수(총 884명/26,984명)
중학교 | 고등학교 | 대학교 | 대학원 | 일반교과학원 | 사회교육시설 | 기타 |
- | 21명 | 355명 | 319명 | 189명 | - | - |
(2021 국악산업 통계조사 결과보고서 62쪽 참고)
또한 우리나라의 음악분야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전문적인 활동을 영위 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마저도 근래에는 석사과정을 졸업하지 않으면 학사만큼의 대우 밖에 받지 못하며, 취업난으로 인해 예술활동보다 박사학위로 진출하는 인력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로 인해 학위에 대한 신뢰도와 절대적인 연구 성과도 이전에 비해 무척 낮아졌다. 전통음악의 경우, 일반적인 예술인들의 ‘예술활동’에 대한 지속가능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전통의 계승”에 대한 지점이다. 위 표를 통해 살펴 볼 수 있는 지점은, 국내 대학 졸업생이 곧 전통음악 장르의 예술활동과 계승의 핵심 인력이 되는데, 대학 졸업 후 인력양성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통음악가들의 모든 활동이 전통의 계승과 연관되지 않은 만큼, 예술인의 창작 활동과 더불어서 계승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단순이 국립국악원 등의 공공 전통계승기관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그런 면에서 인력양성과 활용은 교육체계 뿐 아니라, 전문음악인력이 활동 할 수 있는 저변을 취약한 점을 고려해야한다. 위 표에 나타난 취업 기관의 절대수는 국악관현악단으로 대변되는 ‘연주단체’이다. 클래식와과 연극 등 공연분야의 타 장르에 비해 민간단체를 통한 조금의 취업난을 해소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것은 조기교육부터 대학 이후로 이어지는 예술인력분야가 ‘연주자’라는 한 직종에 극단적으로 몰려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예술 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계층의 인력들을 각 해당 분야에서 균형 있게 양성해내야하는 점에서 본다면, 실연자에 쏠려있는 전문인력 양성의 시스템을 개선해야하는 점은 전통음악을 계승하는 인력을 보완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4. 음악분야에 대한 법률안 개선사항 제안
본 토론자가 정책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지 않아 수준 높은 개선사항을 제안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본 법률안에서의 ‘예술전문인력’이라는 개념에 대해 아쉽게 느껴지는 점이 있었다. 법률안 내용에는 포괄적인 내용 설정으로 예술생태계 내의 모든 대상이 빠짐없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제6조 ①의 5번 항목을 보면 과연 이직과 퇴직에 공적으로 해당하는 예술인이 얼마나 될 것인가, 그리고 기관 소속이 아닌 거의 모든 예술인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근무형태에 따른 복지’라는 개념을 과연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예술정책이 ‘예술인이 없는 예술정책‘이 되어버린 현실을 감안한다면, 법률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것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나가는 것일 텐데, 추후 조례를 만들거나 실행 될 때 현장의 어려움은 없을지 예상 할 수 있는 행적적인 지점들을 사전에 논의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현장 예술인의 입장에서 ‘예술인력’이라는 용어에 가려진 사회 시스템과 결이 다를 수밖에 없는 ‘예술인’에의 존재 대한 본질적인 가치가 이 법률안과 정책들에 얼만큼 잘 녹아들 수 있을지 면밀히 살펴주면 좋을 것 같다.
5. 마무리
이번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패스 체크카드’ 출시 관련해서 예술인패스 유효기간의 무제한 도입이라는 반가운 소식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예술인패스 체크카드의 혜택이 ‘영화 할인, 숙박 할인’ 등과 같이 향유자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뻔한 항목으로 채워진 것이다. 이것만 보자면, 이 카드는 마치 주요 혜택 중의 하나인 예술인지킴이 안심보험(무료가입)을 가입하게 하기 위한 도구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썩 유쾌하지 않다. ‘오직 예술인만 발급이 가능한 카드’라는 홍보글에 기대가 되었지만, 예술의 현장과는 상관없는 혜택들을 바라보며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예술인을 위한’ 무수한 지원제도와 정책은 이와 같이 예술인 당사자가 소외된 채 정책을 위한 정책으로 소모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예술전문이력 양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예술 생태계를 둘러싼 다양한 조건과 상황을 포괄적으로 보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기대해보고 싶다. 이후의 과정들이 현장 예술인들에게 잘 공유되고 공감을 얻어서 진정으로 예술인을 위한 정책으로 발전해나가길 바란다.
이건명 : 예술기업 ‘설탕한스푼’ 대표, 비영리 프로젝트 ‘슈가스퀘어’ 공동대표. 25년간 해금을 연주회 왔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예술의 공공성에 문제의식을 갖고 난 후, 예술정책과 지역예술거버넌스, 그리고 소아암 환아와 가족을 위한 예술지원을 화두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작품보다 예술가의 삶에 무게를 둔다. 물질주의·성과주의에 반대하며 예술가의 예술가됨을 지지하는 문화운동가·기획자·비평가 그리고 해금 연주자이다.